검정 반팔이 서랍에 네 장 있었다 — 겹쳐 산 옷을 세어보고 정한 실측표 확인 순서

서랍을 열었더니 똑같이 생긴 검정 반팔이 네 장 있었다. 그중 실제로 손이 가는 건 제일 오래된 한 장이고, 나머지 셋은 자리만 차지하는 중이다. 살 때마다 "이건 목 파임이 다르니까 안 겹쳐"라고 우겼는데, 널어놓으면 나도 구분을 못 했다. 겹친 이유는 취향이 아니라 상세페이지에서 숫자로 확인한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.

다르다고 우긴 근거가 전부 눈대중이었다

네 장을 고를 때 내가 본 건 착용컷이었다. 모델이 입은 목선이 좀 더 파여 보이면 다른 옷이라고 생각했다. 그런데 착용컷의 목선은 모델 어깨너비와 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. 상세 실측표에 목 파임이 몇 cm인지 적힌 곳은 네 장 중 한 군데도 없었고, 나는 그걸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안 했다.

비교할 기준이 없으니 매번 새 옷처럼 보였다. 옷장에 이미 있는 검정 반팔의 치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새 검정 반팔을 보면, 겹치는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애초에 없다.

겹친 게 검정 반팔만은 아니었다

같은 방식으로 서랍을 다 뒤졌다. 밀려난 옷들은 이유가 제각각인데, 전부 살 때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.

산 것 수량 지금 입는 것 나머지가 밀린 이유
검정 반팔 4장 제일 오래된 1장 목 파임이 다르다고 샀는데 널어놓으면 구분이 안 됨
흰 반팔 작년 구입 5장 제일 싸게 산 1장 3장은 목이 늘어남, 1장은 겨드랑이가 누레져서 버림
여름 반바지 1만 원짜리·8만 원짜리 각 1벌 1만 원짜리, 3년째 8만 원짜리는 허리가 밴딩이 아니라 앉으면 배를 눌러댐
셔츠 105 사이즈 1장 안 입음, 두 번 입고 걸어둠 100에서 105로 올렸더니 어깨너비가 2cm 늘어 어깨선이 팔뚝까지 내려옴
여름 셔츠 린넨 100% 1장 린넨 55 레이온 45 쪽 린넨 100%는 한 번 앉았다 일어나니 무릎 자리까지 구겨짐

흰 반팔은 얇을수록 시원할 줄 알고 얇은 쪽만 골랐는데, 1년 지나고 남은 건 두께가 좀 있는 쪽이었다. 비침도 덜하고 목도 덜 늘어났다. 왜 그런지 원단 구조까지는 모르겠고, 올해는 두꺼운 쪽으로만 샀다.

이제는 못 돌려보낸다는 게 컸다

예전엔 겹쳐 사도 대충 반품했다. 작년엔 무료였던 반품비가 이번엔 5천 원 빠져나갔다. 1만 9천 원짜리 원피스를 사이즈가 안 맞아 돌려보냈더니 통장에 들어온 건 1만 4천 원이었다. 두 번 그러고 나서는 애매하면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며칠 뒤에 다시 본다.

그래서 잘 입는 옷을 자로 재기 시작했다. 제일 잘 입는 셔츠 어깨너비를 재서 메모해두고, 새로 살 옷의 실측표 어깨 숫자와 비교한다. 아직 두 번 해봤고 그 두 번은 반품이 없었다. 표본이 두 번이라 이 방식이 계속 먹힌다고 말하긴 이르다. 겨울 아우터처럼 어깨 패드가 들어가는 옷에도 같은지는 확인하지 못했다.

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

  1. 사이즈별 어깨너비가 실측표에 따로 적혀 있는지. 총장과 가슴단면만 있고 어깨가 빠진 표는 거른다. 한 칸 올릴 때 어깨가 몇 cm 늘어나는지 표에서 직접 뺄셈이 되는지 본다.
  2. 목 파임(넥 깊이) 항목이 숫자로 있는지. 착용컷 말고 실측표에 있는지 본다. 이 숫자가 없으면 이미 가진 티셔츠와 겹치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.
  3. 혼용률과 허리 밴딩 여부가 글자로 적혀 있는지. 여름 셔츠는 린넨 100%인지 린넨 55/레이온 45 같은 혼방인지, 반바지는 상세설명에 "밴딩"이 있는지 지퍼·훅만 있는지.

검정 반팔 세 장은 아직 버리지 않았다. 대신 다음 검정 반팔은 어깨너비와 목 파임 숫자가 실측표에 다 있는 것만 사기로 했다. 두 항목이 없는 상품은 가격이 얼마든 안 산다. 이 기준은 온라인 구매에만 해당한다.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쪼그려 앉아볼 수 있으면 표는 안 봐도 된다.

검정 반팔이 서랍에 네 장 있었다 — 겹쳐 산 옷을 세어보고 정한 실측표 확인 순서 · 입는 기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