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만 원짜리 슬리퍼를 한 여름에 세 켤레 샀다 — 끈 고정 방식과 밑창 사진부터 보게 된 이유
한 여름에 만 원 안팎짜리 슬리퍼를 세 켤레 샀다. 첫 켤레는 3주 만에 끈이 빠졌고, 두 번째는 비 오는 날 한 번 신고 신발장에서 빼버렸다. 세 번째를 계산하면서야 셈이 됐다. 셋을 합치면 4만 원짜리 한 켤레 값. 슬리퍼는 가격표가 아니라 끈 고정 방식과 밑창을 먼저 봐야 했다.
첫 켤레: 3주 만에 끈이 빠졌다
첫 켤레는 3주를 못 넘겼다. 걷다가 오른쪽 끈이 통째로 빠졌다. 빠진 자리를 보니 끈 끝을 밑창 구멍에 꽂아 놓은 방식이었다. 다시 끼우면 들어가긴 한다. 근데 한 번 빠진 구멍은 헐거워져서 그 뒤로는 몇 걸음마다 빠졌다. 접착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애초에 접착이 없는 구조였다. 버리고 나서 상세페이지를 다시 열어 보니, 측면 사진에 그 접합부 경계선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. 안 보인 게 아니라 안 본 거였다.
두 번째: 비 온 날 하루 만에 접었다
두 번째는 끈이 튼튼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. 끈은 멀쩡했다. 대신 비 오는 날 보도블록에서 미끄러질 뻔하고 그날로 접었다. 벗어서 뒤집어 보니 밑창이 거의 민판이었다. 홈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었다. 마른 바닥에서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다. 상세페이지로 돌아가 보니 이번엔 바닥면 사진 자체가 없었다.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신호였다.
세 켤레 값을 더해 보니
세 번째를 계산하면서 처음으로 셋을 더해 봤다.
| 켤레 | 못 신게 된 계기 | 뒤늦게 확인한 원인 |
|---|---|---|
| 첫 번째 | 3주째에 끈이 빠짐 | 끈 끝을 밑창 구멍에 꽂는 방식, 접착 없음 |
| 두 번째 | 비 온 날 미끄러져 그날로 중단 | 밑창에 홈이 없는 민판 |
| 세 번째 | 아직 신는 중 | 계산대에서야 합계가 4만 원인 걸 알았다 |
4만 원이면 매장에서 밑창을 잡고 구부려 보고 살 수 있는 가격대다. 싸게 산 게 아니라 나눠서 비싸게 산 거였다. 참고로 셋 다 온라인으로 샀고, 신어 보고 산 켤레는 없다.
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
- 끈과 밑창이 한 몸으로 성형돼 있는지. 측면 사진에서 끈이 밑창으로 들어가는 자리를 본다. 꽂는 방식이면 접합부에 경계선이 보인다. 내 첫 켤레도 사진에 다 나와 있었다.
- 바닥면 사진이 있고, 홈이 파여 있는지. 바닥 사진을 아예 안 올린 상품이 있다. 두 번째 켤레가 그랬다. 이제 사진이 없으면 홈도 없다고 보고 거른다.
- 리뷰 검색창에 "미끄"를 쳐 보기. 비 온 날 신은 사람의 리뷰는 상세페이지가 말해 주지 않는 걸 말해 준다. 한 건이라도 나오면 안 산다.
다음 여름에도 만 원짜리를 살 수는 있다. 다만 위 세 개 중 하나라도 확인이 안 되는 상품은 거른다. 4만 원짜리 한 켤레가 답인지는 모른다. 안 사봤으니까. 세 번째 만 원짜리가 다음 여름까지 버티면 그대로 가고, 이번에도 한 계절을 못 넘기면 그때는 매장에서 신어 보고 사는 쪽으로 넘어간다.